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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 지나가던 스님 VS 지나가던 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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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8,448회 작성일 19-02-01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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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던 선비가 북두의 권을 배웠나?

1873년 조선의 고종 임금 무렵, 서유영(徐有英 1801~1874년)이 쓴 야담집인 금계필담(金溪筆談)에는 지나가던 스님과 선비가 만나서 싸운 흥미로운 이야기 한 편이 실려 있습니다. 다음은 그 내용입니다.

조선의 영조 임금 때, 이병식(李秉軾)이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힘센 장사로 유명했는데, 한 번은 판서 구윤명이 기르던 사나운 말이 마부를 짓밟아 죽이자 구윤명의 부름을 받고 달려와서 그 말의 꼬리를 잡고서 땅에 내던져 죽였습니다. 이 일이 조정에 알려져 이병식은 칭송을 받았고, 곧바로 무과에 급제하여 임금과 궁궐을 지키는 금군(禁軍)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큰 나무가 뽑혀 길을 막아버렸는데, 마침 거센 추위가 몰아닥쳐서 그 나무가 길과 달라붙어 얼어버렸습니다. 그래서 수백 명의 사람들이 나무를 치우기 위해서 힘을 썼으나 도무지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이 때, 이병식이 나타나 술을 마시고는 혼자만의 힘으로 나무를 끌어내어 치워버렸습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주위의 사람들은 감탄하여 이병식이 진정한 천하장사라며 그의 용기와 힘을 칭송했습니다.

그 일이 있은 후, 이병식은 근무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양화진에서 배를 타고 강을 건너던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같이 배에 탄 사람들 중에서 인상이 무척 사납게 생긴 승려 한 명이 있었는데, 그는 가마 속에 앉아있던 여인을 희롱하며 괴롭히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승려가 워낙 거칠고 난폭해보여서 아무도 그 승려를 말리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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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시대가 배경인 민담에서는 지나가던 스님을 비롯한 승려들이 부정적인 이미지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조선이 불교와 승려들을 천시하던 시대였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이병식은 분노하여 못된 승려에게 주먹을 날려 쓰러뜨린 다음, 곧바로 강물에 내던져 죽여 버렸습니다. 이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은 모두 박수를 치며 기뻐하였습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한 달 후, 집에서 취미로 텃밭 일을 하던 이병식에게 어느 승려 한 명이 찾아왔습니다. 그는 이병식보다 훨씬 체격이 크고 인상도 양화진에서 죽은 승려보다 더 험악했는데, 무거운 쇠지팡이까지 들고 있어서 이병식조차 마음속에서 두려움이 솟아날 지경이었습니다.

쇠지팡이를 들고 온 승려는 이병식에게 “여기 이병식이라는 자가 산다고 해서 왔는데, 그 자가 어디에 있소?”라고 물었습니다. 이병식은 자신도 모르게 그를 두려워하여 일부러 “지금은 떠나고 없습니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라고 둘러댔습니다.

그 말을 듣고 승려는 “그 이병식이라는 놈이 나의 제자를 양화진에서 죽였기에, 복수를 하러 온 것이오. 듣자하니 그 놈이 힘이 장사라지만, 나보다는 약할 것이오. 나도 힘으로 따지자면 누구에게 뒤지지 않기 때문이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이병식은 저 승려를 제거할 생각이 떠올라, “스님께서 그렇게 힘에 자신이 있으시다면, 저기 낭떠러지로 저와 함께 가셔서 서로의 힘을 가지고 대결해 봐도 괜찮겠습니까?”라고 말했고, 승려는 좋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지, 이병식이 아무리 낭떠러지 끝에 선 승려를 온 힘을 다해 발로 걷어차 보아도 그는 끄떡도 하지 않았습니다. 한참을 걷어차도 태연하던 승려는 지루했는지, “나중에 다시 오겠소.”라고 말하며 떠나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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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시대가 배경인 민담들에서 지나가던 선비들은 최종 해결사로 등장하는데, 이는 조선이 유교를 숭상하던 사회였기 때문입니다.)


이병식은 저런 괴력을 가진 승려가 어디에 사는지 궁금하여 몰래 미행을 했는데, 길을 가던 도중 어느 젊은 선비가 당나귀를 타고 오다가 그 승려와 마주치자, 승려는 얼른 쇠지팡이를 휘둘러 당나귀를 쓰러뜨렸고, 선비는 그대로 길가의 개울에 빠져버렸습니다.

한참 후, 개울에서 올라온 선비는 죽은 당나귀와 태연히 떠나는 승려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에 잠겨 있다가 중얼거렸습니다.

“사람을 죽이면 나쁜 일이지만, 저렇게 흉악무도한 자가 멋대로 세상을 누비고 다니게 놓아두면 더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칠 것이다.”

그러던 선비는 잽싸게 승려를 뒤쫓아 가더니, 공중으로 뛰어 올라서 양 손바닥으로 승려의 두 어깨를 살짝 내리치고는 곧바로 달려가서 사라져 버렸습니다. 이상하게도 선비가 내리친 다음부터 승려는 가던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계속 서 있었습니다.

영문을 알 수 없던 이병식이 조심스럽게 다가가 승려를 살펴보고는 깜짝 놀랐는데, 그는 눈이 얼굴 밖으로 빠져 나오고 혀가 입 밖으로 튀어 나왔으며 발가락과 허벅지까지 하반신이 땅 속에 단단히 박힌 채로 죽어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이 일을 겪고 나서 이병식은 “내가 그동안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센 줄로 알고 자만했었는데, 나보다 훨씬 뛰어난 사람들도 있었구나. 앞으로 함부로 날뛰어서는 안 되겠다.”라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합니다.

지나가던 승려와 선비의 대결은 나약해 보이는 선비가 이겼습니다. 아무래도 조선이 불교를 억누르고 유교를 숭상하던 나라라서, 승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있었던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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